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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LK TALK] 의사가 만난 환자[2023년 신년호] 나눔, 그리고 나음 VOL.05 2022. 12. 23. 14:19
내가 만난 환자를 통해 배우는 삶의 감정
황종욱 원장
현미경 사이에 두고 매일 마주하는 환자이지만,
그 횟수와 진료 시간이 누적되다 보면 눈이 가진 각각의 사연 역시 높은 탑처럼 차곡차곡 쌓일 것이다.
환자에게도 기억에 남은 의료진이 있는 것처럼, 의사에게도 기억 속 환자가 있다.
황종욱 원장과 이야기를 나누며 그와 함께한 수많은 환자 중 특별히 마음에 머문 몇몇 환자의 이야기를 들었다.
개원 초기에 수술했던 학생
개원 초기 만났던 환자 이야기를 가장 먼저 꺼냈다. 환자는 만성신장염으로 스테로이드 경구제를 장기 복용 중이던 중학교 3학년 학생. 스테로이드제 부작용으로 어린 나이임에도 심한 후극백내장이 발병했고 학습에 지장이 많아 수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젊은 환자에서 생긴 후극백내장의 경우 수술 중 합병증 발생률이 매우 높고 수술 후에도 심한 후발백내장 등의 부작용이 흔하지만, 다행히 별다른 문제없이 수술이 잘 되었고 더욱이 난시 교정용 인공수정체를 통해 안경 없이도 공부하는 데 불편 없도록 도수를 맞추어 주었다. 중학생이던 환자는 어엿한 성인이 되어 직장생활을 하는 지금도 꾸준히 본원에서 정기진료를 받으며 건강하게 사는 걸 보면 그 순간만큼 뿌듯할 때도 없다고.
오랜만에 만난 똑똑이 학생
두 번째 환자는 서울아산병원 근무 당시 만났던 환자이다. 중학교 1학년 학생이었지만 아토피로 인해 백내장이 심각했다. 똑똑한 학생이었지만 눈 때문에 생활도 불편했고 공부도 힘들었다.
백내장 수술 후 영재고에서 모든 교육 과정을 조기 졸업할 만큼 두각을 드러냈던 환자. 대학교까지 조기 졸업하고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취득 후 현재 영국 런던에 거주하며 굴지의 해외금융기관에서 근무 중이다. 얼마 전 환자가 수소문해 본원을 방문했는데, 수술할 때 청소년이었던 학생이 어엿한 사회 구성원이 되어 직장에서 자기 능력을 발휘하며 생활하는 것이 기특해 보였다. 잊지 않고 찾아와 그간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살았다고 인사 건네는 그 자체가 감사할 따름이라고.수술 후 백내장이 예고된 환자였지만, 부작용 없는 환자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안과 수술하면 몇 가지 합병증이나 부작용이 예고된다. 불 보듯 뻔한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수술을 피할 수 없었던 환자가 있다. 젊은 여성 환자로 당뇨 유리체출혈로 인해 망막 수술을 해야 했다. 환자가 결혼을 앞두고 있던 터라 수술 이후 임신과 출산 과정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 젊은 나이에 망막 수술을 하면 백내장이 빨리 오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십년이 지난 지금도 백내장이 발병하지 않았다. 출산과 육아를 하며 건강하게 지내는 걸 보면 행복함을 느낀다.
지방에서 온 환자, 수술 후 해당 지역 환자 물밀듯 내원
몇 해 전 백내장 수술을 위해 본원을 찾은 환자의 집은 경북 영주였다. 서울에서 생활하는 딸 집에 며칠 머물며 백내장 수술을 할 계획이었다. 수술일을 기다리던 중 백내장이 빠르게 백색 백내장으로 진행하며 수정체유발 급성안압상승이 발생, 고통스러운 상태로 내원했다. 보통 이 경우 각막부종이나 심한 고안압에 대해 보존적 치료를 먼저 하는 경우가 많으나 어려운 수술임에도 불구하고 응급으로 부분유리체절제술 및 백내장 수술을 했고 깨끗하고 선명한 눈으로 회복한 후 다시 본인의 자리로 돌아갔다. 해당 환자 이후 노안 백내장, 안질환 진료 등을 위해 본원을 찾은 영주발 환자들이 많아졌다. 입소문이 만든 결과였다. 병원 경험담과 수술 후기만 듣고 서울에 연고가 없어도 멀리서 찾아온 환자를 보면 소중함을 더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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