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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께하는 센트럴서울안과 ③] 국내 유일, 시각장애인 판소리 고법·고수 조경곤과 함께한 개원 12주년 음악회
    [2024년 신년호] 나눔, 그리고 나음 VOL.06 2023. 12. 18. 10:12

    센트럴서울안과 개원 12주년을 맞이해 11월 18일 용산청소년센터 꿈이룸극장에서 음악회를 열었다.

    ‘음악으로 그리는 눈부신 시선’이라는 특별 주제로 연 국악 음악회로 가을 정취와 옛 가락의 선율을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

    음악으로 우리 모두의 마음을 하나로 연결해 준 조경곤 고수의 이야기를 나눠본다.

     

     

    국내 유일,

    시각장애인 판소리 고법·고수 조경곤과 함께한

    센트럴서울안과 개원 12주년 음악회

     


     

    김제 출신의 그는 인천광역시 무형문화재 23호 고법(鼓法) 예능 보유자이다. 고법이란 판소리에 맞춘 북 반주의 법례를 뜻한다. 판소리가 다양한 형태로 발전되면서 고법도 발전했고, 전문적인 고수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판소리뿐만 아니라 민요의 반주를 하기도 하고 대금, 가야금을 비롯한 악기와도 협연한다. 그렇다면, 고수는 어떤 역할을 할까. 노래 반주를 하는 보조자에 머무르지 않고 명창이 자신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힘들 때 기운을 불어넣고 상황에 맞는 추임새와 연주로 명창의 노래가 극적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한다. 이런 역할이 관객의 감상을 돕기도 한다. 명창과 고수는 무대 위에서 꼭 필요한 존재로 서로 배려하면서 감정을 나눈다. 북, 장구와 함께 50년 인생을 살아온 그는 시각장애인이다. 청소년시기 운동으로 눈에 상처를 입고 여러 차례 수술을 받았다. 시력은 쉽게 회복되지 않았고 오히려 점점 나빠졌다. 망막 박리가 녹내장으로 이어졌고 수술 후유증으로 20대 후반 양 눈의 시력을 모두 잃었다. 사실 그가 북을 배우겠다고 마음을 먹은 건 시력을 완전히 잃은 후이다. 소문난 소리꾼이었던 큰아버지 덕에 어릴 때부터 자연 스럽게 국악에 끌려 북과 소리를 배웠지만, 어른들은 만류했다. 하지만, 시력을 모두 잃은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건 국악밖에 없었다. 그는 김제에서 만 오천 원을 들고 서울로 향했다. 북을 향한 도전정신이 그를 움직였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시각장애인을 제자로 받아주는 이는 한 곳도 없었고 모두 무모한 도전이라 했다.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예능 보유자인 김청만 명인은 달랐다. 북과 장구를 배우는 것은 그의 열정과 정신만으로 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마음대로 되지 않아 북을 여러 차례 쓰레기장에 버리기도 했고 북을 배 우러 가다가 전철 선로에 떨어져 죽을 고비도 넘겼다. 전봇대나 가로수에 부딪혀 꿰맨 것도 수십 차례다. 죽을 각오로, 목숨과 바꾼 배움이었다. 하루 10시간 이상 북과 장구를 치며 홀로 연습했다. 추운 겨울 건물 옥상에 올랐고, 인적 없는 산이 그에게 연습장이 되었다.

     

     

    수많은 연습으로 익힌 감각과 타고난 재능으로 소리꾼과 호흡을 맞춰갔다. 비장애인 고수는 소리꾼의 입 모양과 호흡을 눈으로 확인하면서 장단을 치고 소리꾼의 소리를 이끌어 줄 수 있지만, 시각장애인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어쩌면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소리꾼의 소리와 북, 장구의 합이 조화를 이뤄야 하는데 어느 하나 쉽지 않기 때문이 다. 소리가 시작하고 끝나는 지점을 볼 수도 없고, 소리꾼의 입 모양과 호흡을 알아채는 것은 꿈만 같은 일이었다. 그런 그가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연습뿐이었다. 혼자 연습한다고 가능한 일도 아니었다. 실습을 위해 명창을 모셔 오고, 소리를 해줄 수 있는 명창이 있다면 어디든 달려갔다. 손이 찢어지고, 허리 · 무릎 관절에 무리가 생기고, 언제 찾을 수 있는 답일지 불투명했지만 그렇게 연습하는 것만으로도 그는 감사했다. 북을 시작한 지 10년, 고난과 어려움의 연속이었던 그 시간 끝에 2013년 판소리 고수 부문 무형문화재로 선정되었다. 인천 최초 시각장애인 무형문화재였다. 그리고 2019년 장구 문화재까지 선정되었다. 장애인으로 최초의 고법 문화재이다.

     

     

    센트럴서울안과 고객이기도 한 그는 인천에서 병원이 있는 서울 용산구 이촌동까지 마다하지 않고 찾아와 최재완 원장에게 진료받고 있다. 공연하며 느끼는 보람과 기쁨이 삶의 활력소가 된다는 그는, 센트럴서울안과 12주년 VIP초청 음악회에서 전통음악, 현대음악, 판소리, 경서도민요, 한국 전통춤 등 다채로운 공연으로 우리 가락의 흥을 많은 이들과 나눴다. 북, 장구와 함께한 그의 인생이 더 빛나는 건, 혼자가 아닌 누군가와 함께 호흡하며 보이지 않는 것에 더 집중하는 삶, 희망으로 만든 여정이기 때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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